한남자가있어
하루도 빠짐없이 데려다줬어.
차가 있는 날이면 고속도로로
차가 없는 날에는 지하철로
밤에는 잘자라는 안부전화를 걸고
아침에는 잘잤냐는 안부문자를 보내고
여자친구가 집에가는 길에 심심하다며
전화하면 현관문 들어설때 까지 통화를 해줬어.
비가오는 날에는 우산과 함께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춥고 바람이 매서운 날은 손난로를 꼭 준비하고
더운 날엔 옆에서 땀흘리며 부채질을 해줬어.
생일날엔 못볼거 같다며
미안하다 말 했지만
손수 만든 케익을 집앞에 가져가서
12시가 되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어.
길을가다
이쁜 꽃을 보면
아무날도 아니지만
한다발씩 들고 갔고
군고구마를 팔면
몇천원어치 듬뿍 사서
말없이 우체통에 놓고왔어
영화 개봉일에는
아침 일찍일어나
영화표를 사러 나갔고
느즈막한 약속시간엔
이미 매진된 영화를보며
여자가 실망하는 순간,
가장 좋은 자리의 표를 내밀었어.
데이트중에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좋아보이면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노력했고
혹시나 자신때문에 그런건 아닌가
항상 걱정하고 고민했어.
기념일에는
손으로 정성스레 쓴 편지와
그녀가 꼭 같고 싶어하던 선물을
보란듯이 준비했어.
여자의 친구들은
항상 그를 칭찬했고
그남자 같은사람이 또 어딨냐며
남자에게 잘하라며 핀잔을 줬어.
한 남자가 있어
집에는 데려다주지 않아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지만
데려다 줘야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야
걸려오는 안부전화나
시시콜콜오는 문자는
잘 답하지 않지만
집에갈 때 차가 막히면
심심하다며 전화를 해.
비가 오는 날엔 옷젖는게 싫어 집에있고
추운날에는 얼어죽을거 같은데 왜나가나 싶고
더운날에는 에어콘 없는곳은 움직이기도 싫어.
생일 날엔, 축하한다며 문자는 보냈지만
선물은 살 시간이 없었어.
길을가다
예쁜 꽃을 보면
어짜피 시들어버릴거
차라리 조화를 사주는게 나을것 같고
사주면 습관이 될꺼같아서
안사주기로 했어.
군고구마를 보면
시커먼 장갑과
그을린 드럼통은
웬지 비위생적일 것 같아.
영화 개봉일에는 항상 매진이라
밥이나 먹어야겠다 했지만,
그녀가 미리 예매해놓은 표로
가장 좋은 자리에서 영화를 봐.
데이트중에 괜히 짜증을 내기도하고
오늘은 피곤하다며 집에 일찍들어가기 일수야.
기념일에는
날짜도 모르고 있다가
그녀의 이야기에 '아차' 싶어서
목걸이를 하나 샀지만
툴툴대면 다시는 안사줄 생각이야.
여자의 친구들은
세상에 좋은 남자 많다며
그건 널 사랑하는게 아니라며
여자에게 그만두길 충고했어.
이런 남자도 있고
저런 남자도 있다 싶겠지만,
위의 두 남자는 동일인물이야.
단지 상대방이 다를 뿐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어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바뀌게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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