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미래 예언
과학기술 넘나들기(17)
점쟁이도 아닌 과학자가 미래 등을 예언한다는 것은 얼핏 듣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아무 근거 없이 멋대로 앞날을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미래에 발견될 사항 등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라면, 과학자의 예언은 어떤 용한 점쟁이보다 존중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의 예언이 그대로 들어맞은 역사적 사례들은 대단히 많다.
맥스웰 방정식을 완성한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이를 근거로 하여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언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상대성 이론을 통하여 100년 전에 예견하였다가 작년에 실제로 관측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중력파 역시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밖에도 반입자, 중성미자, 힉스 입자 등의 각종 소립자 역시 먼저 예측이 된 비슷한 경우이며, 물리학의 발전에서 있어서 수학적으로 먼저 예측을 하고 실험을 통하여 나중에 검증되는 것은 매우 정형화된 경우로서, ‘예언’이라기보다는 가설 또는 이론적 성과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지 모르겠다.
또한 천문학에서도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혜성의 출현을 정확히 예언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 1656-1742)가 예측한 핼리혜성이다. 그는 여러 혜성들의 궤도를 자세히 관측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아주 주기적으로 태양계에 접근하였음을 밝혔다. 즉,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대혜성의 궤도는 매우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그것은 하나의 동일한 혜성일 것이며, 그 주기는 75-76년이기 때문에 1758년경에 다시 태양 주위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이 대혜성이 바로 그의 이름을 딴 핼리혜성이며, 그는 이 혜성의 출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예측대로 1758년에 독일의 한 아마추어 천문가가 바로 그 혜성을 발견하여 태양계를 여행하는 혜성들의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게 되었다.
물리학, 천문학에서의 이론적 예측 또는 관측결과를 통한 예측과는 약간 다른 경우로서, 원소주기율표를 완성한 멘델레예프(Dmitri Ivanovich Mendeleev; 1834-1907)가 있다. 오늘날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모든 화학교과서의 표지 안쪽 첫 면에는 ‘원소주기율표’라는 것이 예외 없이 소개되어 있다. 수많은 원소들의 이름이 가로 세로로 배열된 이 익숙한 그림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원소의 주기적인 특성을 파악하여 원소주기율표를 처음으로 작성한 사람은 멘델레예프라는 러시아의 과학자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원자의 구조가 철저히 밝혀지고 원소들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된 오늘날에는 이런 주기율표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멘델레예프가 처음으로 원소주기율표를 작성하여 발표한 것은 1869년의 일로서, 당시에는 원소를 구성하는 원자의 구조를 알기는커녕, 원자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조차 많은 과학자들이 의심하고 있었던 형편이었다.
더구나 110개 이상의 원소가 밝혀진 오늘날과는 달리, 당시에는 고작 63개의 원소밖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원자번호 92인 우라늄 이상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오늘날에도 자연 상태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연 상태 원소에서도 30개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던 그 당시에 상당히 정확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멘델레예프의 시대를 앞선 과학적 식견과 예리한 통찰력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멘델레예프 이전에도 여러 원소들 사이의 유사한 특성과 규칙성 등을 일부 발견한 화학자들이 더러 있기는 했으나, 멘델레예프처럼 체계적으로 밝혀서 주기율표를 고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처음에 원소주기율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원소들을 원자량의 순서에 따라 늘어놓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가장 가벼운 수소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원소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배열한 결과, 원소들의 성질이 주기적으로 놀랄 만큼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 후 멘델레예프는 여러 연구와 각고의 노력 끝에 원소 주기율표를 작성하여 학회에서 발표하였다. 그의 주기율표는 당시까지 발견된 63개의 원소들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소들의 위치까지 미리 비워서 ‘지정’해 두었고, 미발견 원소들의 원자량이나 여러 특성 등도 예측하였다. 그는 미발견 원소들을 같은 족의 다른 원소 이름을 따서 ‘에카 붕소’, ‘에카 알루미늄’과 같은 식으로 불렀으나, 그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멋대로 예언을 하는 것은 과학자가 아닌 점쟁이들이나 할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년 후부터 그가 에카 알루미늄이라 불렀던 갈륨(Ga), 에카 규소라 지칭했던 게르마늄(Ge) 등이 잇달아 발견되고 그 성질도 멘델레예프의 예측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과학적 통찰력에 모두 다시금 놀라게 되었다. 그 후로도 새로운 원소들의 발견이 뒤를 이어 드디어 모든 빈자리가 채워지고, 헬륨을 비롯한 불활성기체들도 추가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되었다.
원자의 구조도 알지 못했던 시대에 원소 주기율표를 고안해서 발표하고 미발견 원소들마저 정확히 예언했던 멘델레예프는 화학의 발전을 수십 년, 아니 백 년 이상 앞당긴 선구자로서 길이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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