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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사무실/공장장 작업일지

루벤스가 도리도리까꿍하다가 철들어 그린 그림


# 데이타팩토리는 자료를 정리하거나 가공하지 않습니다. 그냥 날것의 상태로 모아 둘 뿐입니다 #
# 언젠가는 누군가의 소소한 창작 소재가 되어 빛을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


# 개인적으로 소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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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다 : 계절 분간을 못하는 이를 철없는 놈, 철 모르는 놈이라 했다. 농경사회에서 계절 분간이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봄은 싹이 트는 것을 , 여름은 열매가 열음, 가을은 밭을 다시 갈을, 겨울은 먹이가 없어 살기 힘겨울. 봄과 여름은 명사형 종지부로 끝냈는데, 가을과 겨울은 관형사형으로 열어놓고 있다. 왜 그랬을까? 싹을 보는 것과 열매가 맺히는 것은 자연이 하는 일이니 거의 어김없다. 가을은 곡식을 걷거나 밭을 가는 일인데 이건 사람이 해야하는 일이다. 어떤 때는 풍년이어서 가실(가을걷이)할 것이 많은데 어떤 때는 흉작으로 곡식 구경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곡식을 '걷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 낱말에 담았다. 겨울은 곡식을 제대로 걷으면 힘겹거나 지겹지 않겠지만, 못 걷으면 필시 힘겨울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따라 겨울에 정해지니 그것도 관형사로 열어놓은 것이다. 철모르는 사람을 유식하게 표현하려고 철부지(철不知)라고 쓰기도 했다. 옛날 시골에서 하는 일은 봄의 농(農, 곡식을 심는 일)과 가을의 경(耕, 밭을 가는 일)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농경사회다. 농경사회에서 철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철을 모르는 것은 어린아이 밖에 없었기에 철부지는 저절로 어린아이를 가리키게 된다. 농사와 경사의 시기를 아는 것을, '철'이 든다고 표현했다. 일할 시기를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농사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 감각이 몸과 마음에 배어있지 못한 자는 평생 철 들지 못한 자다. 이것이 은유로 쓰여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나이에 따른 삶의 격을 이해하지 못한 자를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시아경제

도리도리까꿍우리 선조에게는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육아법이 있었는데 단동십훈이 그것. 단동치기십계훈의 줄임말로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 0세에서 3세까지의 아기를 어르는 방법이 들어있지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가를 어르는 '도리도리(道理道理)'는 길 도(道)에 다스릴 리(理)를 쓰고 까꿍은 '각궁(覺躬)'에서 나왔는데 깨달을 각(覺)에 몸 궁(躬)입니다.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는 뜻이지요.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왼손바닥 가운데에 찧는 동작을 하는 곤지곤지는 하늘 건(乾), 땅 곤(坤)을 쓰는 '건지곤지(乾知坤知)'로부터 유래했습니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으면 천지간 무궁무진한 조화를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죔죔은 '지암지암(持闇持闇)'에서 나왔습니다. '죌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깨달음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지요. 또 아기 아빠가 아기를 손바닥 위에 올려 세우는 것을 '섬마섬마'라고 하는데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 굳건히 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기가 위험한 데로 가려거나 손을 대려고 하면 '어비어비' 하면서 못 가도록 하지요. 이는 한자 '업비업비(業非業非)'에서 왔습니다. 일함에 도리와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들었고 자라서는 똑같이 아기에 들려주고 있는 도리도리 까꿍, 곤지곤지, 죔죔, 섬마섬마, 어비어비. 이 모든 말에는 이렇듯 인생을 통찰하는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음

Portrait of Clara Serena Ruben, c. 1616 Liechtenstein Museum, Vienna by Peter Paul Rubens:Flemish(Antwerp) Baroque Painter, 1577~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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